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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Music)/음악이야기

음악 장르에 대한 단상

by 치키치키박 202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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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악기-dj-음악

 

 

 

장르가 뭘까?

 

 
우리가 장르에 대해서 고민할 때 가장 처음 던질 수 있는 질문입니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고요. 우리는 굉장히 무의식중에 장르라는 단어를 쓰잖아요. 우리는 그놈의 장르를 가르면서 허구한날 싸웁니다. 힙합은 어쩌고, 락은 어쩌고 이새기는 음알못이니 그건 그 장르가 아니고 다른 장르니 하면서 팬들끼리 허구한날 싸우잖아요. 물론 요즘은 먹금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이런 싸움은 존재합니다. 우리를 맨날 싸움판으로 이끄는 빌어먹을 장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요. 장르는 뭘까요? 
 
일반론부터 들어가보죠. 우리가 대화할 때, 장르는 음악을 카테고리화 시켜서 묶는 단어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이건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거예요. 트랩 뮤직은 808 스네어와 베이스를 쓰고, 하이햇을 조낸 쪼개는 드럼 진행이 특징인 장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잖아요. 

 

 
"자 이제 궁금증 해결. 때려치워."라고 이야기하려고 했다면 이딴 글 쓰지도 않았겠죠. 우리는 이런 음악이 나오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곡은 트랩 뮤직일까요? 아니면 저지클럽일까요? 이건 메인을 트랩으로 가져가고 저지클럽은 차용의 수준에서 머무니까 트랩뮤직이라고요? 그렇다면 이거 말고 다른건 어떄요?

 

 

이 곡은 트랜스일까요? 아니면 딥 하우스일까요? 이번엔 이건 어때요?

 

 

 

 

이 두 곡은 어때요? 같은 장르처럼 보이나요? 하나는 퓨처 하우스고 하나는 트로피컬 하우스예요. 두 장르는 딥하우스에서 갈라져 나온 형제죠.

 

이제 장르 구분은 의미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아뇨. 저는 오히려 장르 구분이 우리네 음악 감상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말하고 싶은 거예요. 우리는 아무튼 장르를 나눕니다. 갈수록 "장르를 이렇게도 나눠?"하는 수준까지 왔는데도 장르를 나눠요. 이거, 왜 나눌까요? 지금 우리 시대에 장르는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학부생 수준의 문화학 관련 지식을 하나 볼까요? 문화학 관련 교양 수업이든 전공수업을 들을 때, 가장 기초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장'에 대한 내용이에요. 우리가 허구한 날 쓰는 '씬'이 '장'이라는 녀석이죠. 보통 "힙합 씬"이라는 말을 쓸 때, 리스너를 힙합 씬과 분리된 것으로 표현하곤 하는데요. 사실 문화학적으로는 리스너도 씬의 구성원이에요.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전부 그 씬의 구성원이거든요.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은 힙합이 라이프스타일이라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힙합을 인생에 구현하려고 노력하잖아요? 할 말은 하고, 존나 열심히 사는 모습을 동경하죠. 바닥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게 멋지고, 보여주고 증명하는 삶이 쿨한 거잖아요. 그게 존나 힙합이거든요. 그리고 그 가치를 음악으로 구현시켜주는 래퍼 중에 제일 멋있는 새끼를 씬 안에서 대빵으로 인정합니다. 오피니언 리더나 인플루언서 뭐 그런 거죠.

 

초창기에는 가리온이랑 타이거 JK 같은 사람들이 멋있었죠. 힙합 돈도 안되는 한량짓 왜 하냐는 사람들의 편견에 맞서서 신촌에서 홍대까지 힙합 리듬을 깔았거든요. 그 뒤로는 소울컴퍼니, 빅딜, 오버클래스 등이 있었고요. 그 뒤에는 일리네어, 하이라이트, 저스트뮤직, 비스메이저 등이 있었죠. 힙합의 서브장르인 한국 힙합은 결국 리스너가 있었기 때문에 약 10년의 전성기를 누린 거죠. 한국에서 음악으로서의 힙합은 문화로서의 힙합과 같이 컸어요.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 못할걸요? 서태지가 시작이라고 잡아서 K-POP의 역사까지 붙여놓아도 기존 가요시장에 청년을 소비자로 편입해버린다는 문화적 대격변부터 역사가 시작되니까요.

 

지금 한국의 문화는 K-POP씬이 주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K-POP씬의 음악을 한국사람인데도 K-POP이라고 부르죠. 단순히 지역적 의미때문에 K-POP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단풍국에서 온 드레이크는 팝이잖아요? 아델도 팝이고요. 서구가 동양과 자신들을 분리해서 보는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팝과 K-POP을 향유하는 계층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매니지먼트 팀이 테일러의 팬덤 이름을 지어서 팬덤 가입비를 기수별로 걷지는 않죠? 시즌 그리팅도 없고요. 빌보드 총공을 위해서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스트리밍을 팬덤 주도 하에 조직적으로 하나요? 팬들이 콘서트장에 들고 올 50달러짜리 응원봉을 제작하지도 않죠. 팬 싸인회를 위해 앨범깡을 한다든지, 포토카드를 수집한다든지 하는 것도 없잖아요. 그런데 케이팝 팬들은 그렇게 해요. 그게 그들 문화거든요. 모바일 게임에 수천만원씩 쏟아붓는 사람이 있고, LP 수집에 차 한 대 값을 쓰는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그 문화를 즐기는 거예요. 물론 개인의 호오가 있을 수는 있죠. 그리고 스트리밍 총공이라는 행위가 한국 전체 대중음악 씬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인 것도 맞고요. 그런데 케이팝이라는 씬에서는 그게 놀이로서 당연한 거예요. 우리가 앨범 듣고 AOTY에 별점 먹이고 앨범 리뷰 쓰는 거랑 똑같은 거죠. 

 

장르 얘기하는데 왠 소비자 얘기?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은 장르가 그 장르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문화와 이전보다 더 일체감 있게 움직인다는 걸 느껴요. "케이팝 글로벌 유행은 반짝이다. 왜냐하면 미국에도 예전에 그런 식으로 조직된 팀이 있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다."라는 말 들어보셨죠? 그런데 그 때랑 지금은 환경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TV나 신문 같은 올드 미디어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뉴 미디어 시대잖아요. 개인 맞춤 영상 콘텐츠를 지하철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니까요. 

 

영상쪽만 그럴까요?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디시, 펨코, 다음 및 네이버카페 외에도 수많은 디스코드 채널과 오픈톡방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으니까요. 전자음악 쪽을 예로 들어보면 뉴포리가 "하이퍼 트랜스"라는 장르를 표방하면서 모은 디스코드 채널이 있죠. 채널 인구가 4자리수는 된다고 하더라고요. 펨코 힙게랑 힙갤, 엘이 국게와 외게도 각각 논조가 다르잖아요? 소비하는 스타일도 다르고 떡밥도 다르게 굴러가죠. 

 

요컨대 장르는 더이상 음악을 카테고라이징하는 장치로서의 의미만 갖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장르는 하나의 브랜드고, 나는 이런 문화적 지향점을 가지고 이걸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도 사용된다는 거죠. 옛날에는 "브랜드"라고 하면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덩치 큰 기업들에만 사용되는 단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치고 올라오며 중소 브랜드가 난립한 모습이 장르라는 영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거죠. 

 

마치며

 

이걸 어떻게 마쳐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이것저것 주저리주저리 써도 뭐 딱히 의미 없을 것 같고. 그냥 한국 장르음악 판도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만큼 큰다는 소리를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에 들을만한 장르 음악이 없는 이유는 한국이 음악을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관심이 없어서라는 거죠. 리스너도 씬의 구성원이고, 요즘 같은 시대에는 리스너 역할이 더 중요하니까요. 문화를 만들어주는 건 언제나 리스너거든요. 그들이 선택한 뮤지션이 성장하는 거라서요. 공연장에서 욕을 하면 내가 좆같이 못했구나 싶지만 공연장에 아무도 없으면 그냥 막막하잖아요. 

 

이상 장르로 시작해서 한국 인디펜던트 음악은 어떡하지로 마무리되는 글이었습니다. 네.

 

 

 

내용출처

https://www.fmkorea.com/best/7855566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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